베트남을 여행하다 보면 북부의 하노이, 남부의 호치민처럼 뚜렷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도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부에 자리한 후에(Huế)는 조금 다릅니다. 떠들썩한 관광지의 화려함보다는, 조용한 품격과 유서 깊은 왕도(王都)의 자취를 머금은 도시입니다. 푸르른 향강(Sông Hương)을 따라 펼쳐지는 후에의 풍경은 마치 오랜 시절의 그림책을 넘기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후에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수도로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역사와 문화, 정적인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 마음 깊이 각인될 만한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이 조용하고도 품격 있는 도시, 후에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소개 : 베트남 중부의 왕도, 후에
후에(Huế)는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투아티엔후에성(Tỉnh Thừa Thiên Huế)의 주도입니다. 다낭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져 있으며, 차량으로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이 도시는 1802년부터 1945년까지 약 143년간 베트남을 통치한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고, 그 덕분에 왕궁, 사원, 제사 공간 등 고풍스러운 유산이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후에는 베트남 내에서도 특별한 도시로 손꼽힙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에 왕궁(Đại Nội Huế)을 비롯해 유적과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한적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역사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또한, 후에는 ‘시의 도시’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문인과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했으며, 전통 음악인 ‘닌껀 음악(Nhã nhạc)’도 이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기후는 대체로 온화하지만, 특히 9월부터 12월까지는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여행 시기 선택에 신중하셔야 합니다. 여행의 최적기는 1월부터 4월까지로, 날씨가 맑고 시원한 편이며 관광하기에 쾌적합니다. 최근에는 다낭과 후에를 묶은 여행 일정이 인기를 끌고 있어, 후에만의 고요한 아름다움이 재조명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명소 : 시간을 품은 대표 명소 3곳
먼저, 후에 왕궁(Đại Nội)은 후에 관광의 시작점이자 상징과 같은 곳입니다. 베트남의 ‘작은 금성(禁城)’이라 불릴 만큼 고즈넉하고 정갈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으며, 중국 자금성의 영향을 받아 건축된 이 왕궁은 19세기 베트남 황제들의 정치와 일상의 중심이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황제를 위한 의례 공간인 ‘타이호아전(Thái Hòa)’이 압도적인 자태를 뽐내며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정돈된 담장과 호수, 정자들이 이어지며 당시 왕실의 위엄을 그대로 전해줍니다. 다음은 카이딘 황제릉(Lăng Khải Định)입니다. 후에에는 여러 황제의 능이 도시 주변에 흩어져 있지만, 그중에서도 카이딘 황제릉은 가장 이색적입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기 지어진 이 묘소는 유럽식 바로크 양식과 베트남 전통 장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계단을 올라 내부로 들어가면, 형형색색의 모자이크 장식과 금박으로 채워진 황제의 동상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베트남 황실의 마지막 예술적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명소는 티엔무 사원(Chùa Thiên Mụ)입니다. 향강을 따라 배를 타고 도착할 수 있는 이 사원은 후에에서 가장 오래되고 상징적인 불교 사원 중 하나입니다. 1601년에 세워진 티엔무 사원은 7층 탑이 인상적인데, 이 탑은 후에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탑 위로 퍼지는 종소리와 사원의 고요한 풍경은 여행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특히 해질 무렵, 향강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과 사원의 실루엣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후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절경입니다.
특별한 경험 : 놓치면 안 될 3가지 체험
가장 먼저 추천드릴 체험은 향강(Sông Hương) 유람입니다. 향강은 후에의 중심을 관통하는 강으로,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생명의 줄기 같은 존재입니다. 저녁 무렵 배를 타고 향강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며 후에의 풍경을 감상하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유람선에서 들려주는 전통 음악 ‘닌껀(Nhã nhạc)’ 공연은 후에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줍니다. 닌껀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음악으로, 황실에서 연주되던 전통 음악입니다. 두 번째로는 후에 전통 음식 체험을 추천드립니다. 후에는 예로부터 황실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섬세하고 정갈한 음식 문화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요리로는 ‘분보후에(Bún bò Huế)’가 있으며, 이는 매콤한 국물과 쫄깃한 쌀국수,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어우러진 후에 스타일의 쌀국수입니다. 또한, ‘반 베오(Bánh bèo)’와 ‘넴 륌(Nem lụi)’ 같은 간단한 전통 음식들도 길거리나 시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그 맛과 정성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경험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후에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 착용 체험입니다. 특히 후에 왕궁을 배경으로 아오자이를 입고 사진을 찍는 체험은 여행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됩니다. 후에는 베트남에서도 아오자이의 고전미를 가장 잘 간직한 도시로, 실제로 많은 현지 여성들이 전통 의상을 일상에서도 착용합니다. 아오자이 체험은 여러 대여점에서 가능하며, 왕궁 주변에는 촬영을 위한 포토존도 잘 마련되어 있어 SNS에 올릴만한 멋진 사진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