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등불에 시간을 담다

호이안 투본강 위 전통 배

베트남 중부 해안에 위치한 호이안은 여느 대도시처럼 요란하지 않습니다. 하노이나 호치민처럼 빌딩 숲 사이를 누비는 스쿠터도 없고, 붉은색 플래카드들이 거리를 채우는 풍경도 드뭅니다. 대신, 이 도시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조용한 미가 흐릅니다. 낮에는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고즈넉한 노란 벽의 건물들이 햇빛을 반사하며 따스한 인사를 건네고, 밤이 되면 수천 개의 전등과 등불이 골목골목을 은은하게 수놓습니다. 호이안은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 전통과 감성이 공존하는 작은 세계입니다. 요란하지 않아서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조용하지만 결코 심심하지 않은 여행을 꿈꾼다면 호이안은 그 꿈을 실현해 줄 완벽한 곳이 될 것입니다.

소개: 다낭에서 차로 한 시간, 느리게 흐르는 삶의 도시 호이안

호이안은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소도시로, 다낭 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져 있으며 차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도시는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동서양 무역의 중심지로 번성하였고, 그 영향으로 다양한 건축 양식과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도시 풍경을 자랑합니다. 중국 상인들의 회관, 일본식 목조 다리, 프랑스 식민지 양식의 건물들이 혼재된 호이안의 골목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도시 전체가 차량 진입이 제한된 보행자 중심의 구조로 되어 있어 조용하고 여유로운 산책이 가능하며, 거리 곳곳에서는 장인들의 공방과 예술적인 감각이 묻어나는 상점들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특히 구시가지 중심을 흐르는 투본강은 호이안의 정서를 상징하듯 잔잔하고 고요하게 흐르며, 도시의 풍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낮에는 따스한 햇살 아래 노란 벽돌 건물이 반짝이고, 밤에는 등불이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호이안의 매력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며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고요한 에너지가 흐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바쁘게 돌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조용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호이안은 그런 순간을 선물하는 도시에 가깝습니다. 느릿한 걸음 하나하나에 마음이 정돈되고, 도시의 소소한 일상과 따뜻한 분위기에 물들다 보면 이곳을 떠나기 싫어지는 감정을 자연스레 느끼게 됩니다. 호이안은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품고 있는 진정한 여행지입니다.

명소: 고요함과 감성이 머무는 호이안의 명소 세 곳

첫 번째 명소는 호이안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구시가지의 중심에 자리한 ‘일본식 다리(Chùa Cầu)’입니다. 이 목조 아치형 다리는 16세기 일본 상인들에 의해 건설된 것으로, 베트남 내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형태의 구조물입니다. 다리 위에 지붕이 얹혀 있고 내부에는 작은 사원이 위치해 있으며, 베트남과 일본, 중국의 전통 건축 양식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등불 조명 아래 다리가 드리우는 그림자는 무척이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낮에는 고풍스러운 목재의 질감이 이국적인 정취를 더합니다. 호이안이라는 도시의 상징이자, 문화적 교류의 산물로 그 의미가 깊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할 명소는 18세기에 중국 복건성 출신의 이민자들이 세운 ‘광조회관(Quang Trieu Assembly Hall)’입니다. 화려한 붉은 기둥과 정교한 도자기 장식, 용과 봉황이 뒤얽힌 조각들은 동양의 예술적 감각을 극대화한 대표 건축물입니다. 이 회관은 당시 상인 공동체의 사교 공간이자 제례 공간으로 사용되었으며, 지금도 지역 주민들은 명절이나 기념일에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립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짙은 향 냄새와 함께 묵직한 정적이 감돌며, 여행자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시간의 깊이에 잠기게 됩니다. 건물 내부에는 전통 조각상과 장식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인상을 주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세 번째 명소는 호이안의 밤을 가장 아름답게 물들이는 ‘투본강변 야시장’입니다. 이 야시장은 매일 저녁 강변을 따라 열리며, 길거리 음식부터 수공예품, 천연 향초, 비누, 전통 등불까지 다양한 물건이 판매됩니다. 특히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체험은 작은 종이등불에 소원을 담아 강물에 띄우는 것입니다. 강 위로 떠오르는 수백 개의 등불은 마치 별빛이 흐르는 듯한 황홀한 장면을 연출하며, 그 순간만큼은 누구나 마음속에 조용한 소망을 품게 됩니다. 들려오는 전통 음악, 불빛에 반사되는 고풍스러운 건물의 실루엣은 낮과는 전혀 다른 호이안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특별한 경험: 호이안에서만 가능한 세 가지 감성 체험

첫 번째 특별한 경험은 현지 시장 방문과 연계된 ‘쿠킹 클래스 체험’입니다. 대부분의 클래스는 아침 일찍 호이안 재래시장에서 시작되어, 요리사가 직접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는 과정을 함께하고, 이후 쿠킹 스튜디오나 전통 가정집에서 요리를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대표적인 메뉴는 ‘반쎄오(바삭한 쌀전병)’나 ‘고이꾸온(월남쌈)’, ‘포(쌀국수)’ 등으로, 요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베트남 특유의 풍미를 직접 느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습니다. 참여자들은 그 음식에 담긴 역사와 지역적 특성을 함께 이해하게 되고, 직접 만든 음식을 강사와 함께 나누는 시간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보다 감동적입니다. 두 번째로는 ‘아오자이 맞춤 제작 체험’을 추천합니다. 호이안은 베트남에서도 재봉 기술이 뛰어난 지역으로, 하루 만에 맞춤 옷을 완성해주는 테일러숍들이 매우 많습니다. 수많은 천 샘플 중에서 원하는 색상과 질감을 고르고, 전문 재단사가 실측을 해주면 다음 날 아침 고급스러운 아오자이를 직접 받아볼 수 있습니다. 관광을 하면서 동시에 전통의상이라는 기념품을 남길 수 있는 이 경험은 오직 호이안에서만 가능한 여정의 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혼자만의 아오자이를 가져가는 것은 여행에서의 특별한 감정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감성적인 추억입니다. 마지막 경험은 ‘투본강 등불 띄우기 체험’입니다. 해가 지고 나면 호이안 전역은 조용한 등불 축제의 분위기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작은 종이 등불은 시장이나 강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이를 들고 배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나가 직접 띄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등불 하나에 소원을 담아 조심스레 강물 위에 내려놓는 순간, 누구든 마음속에 간직한 바람 하나를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등불들이 강 위에 일렁이며 멀어지는 모습은, 사진보다 눈으로 담아야 할 풍경이며, 그 기억은 오래도록 깊은 여운으로 남습니다. 호이안에서의 하루가 아름다웠다면, 그 밤을 등불로 마무리하는 이 체험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절정을 완성해 줄 것입니다.

결론: 조용한 감동이 오래 남는 도시, 호이안

호이안은 화려한 관광지처럼 떠들썩하지 않지만, 그 조용한 아름다움이 여행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도시입니다. 거대한 쇼핑몰도 없고, 고층 빌딩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진짜 ‘쉼’과 ‘몰입’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거리, 소박한 등불에 담긴 소망, 그리고 현지인들의 따뜻한 미소는 모두 호이안만의 시간 위에 펼쳐지는 특별한 풍경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여행을 하고 싶을 때, 이곳만큼 잘 어울리는 목적지는 많지 않습니다. 단 하루의 방문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깊이와 여운이 있는 도시, 호이안. 그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로 남을 여행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번 여행이 여러분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은은하게 빛나는 등불처럼 남기를 바랍니다. 호이안은 언제든, 그 자리에 조용히 머물며 다시 찾아올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