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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향 따라 걷는 항저우 여행기

by WOO's daily 202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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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서호 전경

중국 여행지 하면 흔히 베이징의 만리장성, 상하이의 초고층 빌딩을 떠올리기 쉽지만, 진정한 동양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항저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요한 서호(西湖)의 물안개, 잔잔한 찻잎의 향, 그리고 남송 시대부터 이어져 온 문화의 깊이까지. 항저우는 마치 시간을 천천히 걷는 도시처럼, 여행자에게 ‘느림’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곳입니다. 이 글에서는 항저우의 대표 명소와 이 도시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체험을 중심으로, 그 진정한 매력을 전해드립니다.

소개 : 저장성의 중심,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도시 항저우

항저우는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성도로, 상하이에서 남서쪽으로 약 1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합니다. 고속열차를 이용하면 약 1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어 교통 접근성도 우수합니다. 역사적으로는 남송의 수도였으며,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별칭으로 오랜 시간 동안 문인과 화가들에게 사랑받아 왔습니다. 오늘날 항저우는 기술과 문화, 관광이 공존하는 복합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해 있어 첨단 산업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계적인 차 문화의 발상지로도 유명합니다. 용정차(龍井茶)의 고장으로 알려진 항저우는 자연과 전통, 현대와 미래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조화로운 도시입니다. 역사적 유산은 물론이고, 정원식 건축과 고전 미학이 도시 전역에 녹아 있어 어디를 걸어도 예술적인 풍경이 이어집니다. 관광객뿐 아니라 중국 현지인들에게도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손꼽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감성적인 삶의 속도에 있습니다.

명소 : 항저우를 대표하는 세 가지 명승지

1. 서호 (西湖, West Lake) : 항저우의 심장이자, 중국 10대 명승지 중 하나인 서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호수 중심에 떠 있는 섬과 구름 낀 물가, 고전풍의 정자와 석교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다가옵니다. ‘삼담인월(三潭印月)’, ‘단교잔설(断桥残雪)’ 등 전통적인 이름을 지닌 경관은 각기 다른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으며, 자전거를 대여해 호수를 한 바퀴 천천히 도는 것이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코스입니다.

2. 영은사 (靈隱寺, Lingyin Temple) : 항저우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찰로, 1,6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성지입니다. 사찰은 깊은 숲 속에 자리 잡고 있어 고요함과 평안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인근 비래봉(飛來峰)의 절벽에는 300여 개가 넘는 불상이 새겨져 있어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은 도심 속에서 조용히 명상하고 싶은 이들에게 완벽한 명소입니다.

3. 청하방 고전거리 (清河坊街) : 명청 시대 전통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거리로, 항저우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소입니다. 수공예품점, 전통 찻집, 고전 의상 체험관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하며,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저녁 산책 코스로도 좋습니다.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지역으로, 항저우 사람들의 진짜 일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별한 경험 : 항저우에서만 가능한 세 가지 체험

1. 용정차 마을에서의 찻잎 따기 체험 : 항저우 서쪽에 위치한 용정촌(龍井村)은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인 ‘용정차’의 생산지입니다. 이곳에서는 봄철에 직접 찻잎을 따고, 전통 방식으로 차를 덖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차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용한 마을 풍경과 갓 우린 용정차의 깊은 향은, 여행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마음을 다스리기에 충분합니다.

2. 서호 전통 뱃놀이와 야간 수상 공연 : 서호에서는 유람선 대신 조용한 전통 목선을 타고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닐 수 있는 체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노를 젓는 뱃사공의 이야기와 함께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은 마치 과거로의 여행처럼 느껴지며, 저녁에는 ‘서호 인상’이라는 야외 수상공연이 펼쳐집니다. 이 공연은 수면 위에서 펼쳐지는 무대와 조명이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3. 항저우 전통 음식 체험 : 항저우의 대표 요리 ‘동파육(東坡肉)’은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감칠맛으로 유명하며, 이외에도 ‘찻잎 튀김’, ‘소룡포’, ‘만둣국’ 등 계절마다 다른 별미들이 여행자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현지 전통 찻집에서 차와 함께 음식을 곁들이는 코스는 문화체험으로 다가옵니다.

결론 : 항저우, 다시 찾고 싶은 여유의 도시

항저우는 시간과 정서, 문화가 흐르는 공간입니다. 서호의 물안개를 걷고, 찻잎 향을 맡으며, 전통의 깊이를 체험하는 이 여행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여유와 감성을 되찾게 해 줍니다. 처음 중국을 여행하는 이든, 수차례 방문한 이든, 누구나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되는 도시. 항저우는 오늘보다 내일 더 생각나는, 진정한 ‘재방문 욕구’를 자극하는 여행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