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남부에는 휴식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하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페치(Pécs)입니다. 이곳은 따뜻한 햇살, 고대의 유산, 살아 숨 쉬는 예술로 가득한 도시로, 부다페스트의 웅장함과는 또 다른 섬세하고 부드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로마 유적과 오스만 건축, 중세 성당과 현대 예술이 어우러진 이 도시는 방문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조용한 거리 하나에도 이야기가 깃들어 있고, 낮은 언덕 위로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시간의 층을 따라 걷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느긋한 산책길, 지역 특유의 음식,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까지, 페치는 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져주는 그런 도시입니다.
소개: 페치, 남부 헝가리의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곳
페치는 헝가리 남부 바라녀 주(Baranya)의 중심 도시로, 크로아티아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와 함께 역사적으로 중요한 교통의 요지로 발전해 온 이 도시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도시 이름인 ‘페치’는 고대 로마 제국 시대의 소피아나에(Sopianae)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당시의 유적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역사 애호가들에게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특히 4세기경 지어진 초기 기독교 지하묘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이 도시가 얼마나 오랜 세월 문화의 중심지였는지를 보여줍니다. 도시 중심에 자리한 세체니 광장은 주민과 여행자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공간으로, 거리 공연과 노천 카페, 예술 조형물이 어우러져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한 헝가리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페치대학교가 위치하고 있어 젊은 에너지와 혁신적인 예술이 도시 전역에 퍼져 있습니다. 시내 곳곳에는 갤러리와 독립 서점, 공방이 자리하고 있어 창작과 영감이 숨 쉬는 도시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매년 다양한 국제 문화 행사와 페스티벌이 개최됩니다. 이와 함께 지역 전통 요리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헝가리식 굴라시와 파프리카 요리는 물론, 발칸 반도와의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다양한 요리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페치는 역사와 문화, 예술과 미식이 어우러진 헝가리 남부의 보석 같은 도시입니다.
명소: 시간의 결이 스며든 장소들
첫 번째로 소개할 장소는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페치 대성당입니다. 11세기경 세워진 이 고딕 양식의 성당은 네 개의 첨탑이 균형감 있게 서 있으며, 외부 석조 장식과 내부 프레스코화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초기 기독교 유적 위에 건립되었기에 지하 공간에서도 중요한 역사적 유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명소는 이슬람 문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자미 모스크(가지 카심 파샤 모스크)입니다. 오스만 제국 점령기였던 16세기에 건축된 이곳은 현재 가톨릭 성당으로 사용되며, 반구형 돔과 미흐라브(메카 방향의 벽면 장식)가 그대로 보존되어 이질적이면서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세 번째 명소는 조르나이 문화지구입니다. 과거 도자기 공장으로 시작된 이 공간은 현재 도시 최대의 문화 복합 단지로 탈바꿈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유리공예와 도자기 제작의 전통을 이어가는 전시관은 물론, 현대 미술 갤러리, 야외 조각 정원, 가족 단위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어 모든 연령층에게 문화적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이 세 곳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면서도, 페치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다층적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명소들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들 장소는 도시의 시간과 정서가 배어 있는 특별한 기억의 공간으로 작용합니다. 저와 같이 여행을 준비하는 여러분들이 꼭 이 명소들에 들러서 추억을 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경험: 몸으로 느끼는 문화의 숨결
첫 번째로 추천할 경험은 페치 와인 시음 투어입니다. 도시 외곽에는 헝가리 남부의 대표 와인 산지인 빌라니(Villány)가 자리잡고 있으며, 페치를 기반으로 한 반일 코스로 지역 와이너리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포도와 화산토양의 특징이 어우러진 와인은 풍미가 깊고 구조감이 뛰어나 와인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중앙 시장 탐방과 요리 클래스 참여입니다. 주말마다 열리는 시장에서는 제철 식재료는 물론, 수공예품과 지역 특산물을 구경할 수 있고, 인근의 쿠킹 스튜디오에서는 지역 셰프와 함께 전통 헝가리 요리를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는 소규모 클래스가 열립니다. 세 번째 특별한 경험은 도시 골목길 도보 투어입니다. 안내인과 함께하는 이 투어에서는 일반 여행객이 놓치기 쉬운 예술 벽화, 중세 잔재, 20세기 사회주의 건축 유산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 유대인 지구였던 지역과 공공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주거 구역을 함께 둘러보는 프로그램은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도시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처럼 페치에서는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활동을 통해 도시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페치는 크지 않지만, 여행자가 느끼는 감동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수천 년의 시간과 다양한 문화가 켜켜이 쌓인 이 도시는, 머무는 동안 사색과 영감을 동시에 선사하며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역사와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에서의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