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번화함이나 푸켓의 해변처럼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태국 북부의 작은 마을 ‘파이(Pai)’는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곳일지 모릅니다. 치앙마이에서 차로 약 3시간 정도 떨어진 파이는, 지그재그 산길을 지나 도착해야 하는 조금은 수고로운 여정 끝에 나타나는 평화로운 공간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수고스러움’이 파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태국 속의 또 다른 태국’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북부 산악지대의 공기와 천천히 흐르는 시간, 그리고 뜻밖의 예술적인 감성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파이의 매력을,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경험으로 안내드리고자 합니다.
소개 : 치앙마이에서 북쪽으로, 숨은 보석 같은 마을 ‘파이(Pai)’
파이는 태국 치앙마이 주(Chiang Mai Province)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정확히는 매홍손(Mae Hong Son) 주의 일부로, 치앙마이에서 약 130km 떨어져 있으며, 차로는 762개의 커브를 넘어가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한적하고 오지에 가까운 위치지만, 바로 이 고립된 듯한 분위기가 파이의 진짜 매력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곳은 주로 배낭여행객들이 찾던 숨은 명소였지만, 최근에는 치앙마이에서 당일치기 또는 1~2박 여행지로 각광받으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파이를 찾고 있습니다.
파이는 예술과 히피 문화, 자연 속 요가와 명상, 독특한 건축물과 다양한 나라의 카페가 공존하는 마치 작은 유토피아처럼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대부분의 거주민은 태국 현지인들이지만, 오래전 이주해 정착한 유럽계 예술가들이나 카페 사장들도 많아서, 마을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조금 독특하고 이국적입니다. 숙소는 대부분 저렴하면서도 감성이 살아 있는 게스트하우스나 방갈로 형태이며, 오토바이나 스쿠터를 빌려 마을과 주변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 스쿠터를 타고 계곡이나 폭포, 협곡 같은 자연 명소를 찾거나, 저녁이면 걷기 좋은 파이 야시장에 들러 각국의 길거리 음식을 즐기곤 합니다. 큰 도시의 시간과는 다른 흐름이 존재하는 이곳에서의 하루는 천천히, 하지만 풍성하게 흘러갑니다.
명소 : 세 가지 대표 명소
먼저 파이 협곡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자연 관광지로, 일몰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붉은 흙과 드라마틱한 협곡 지형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며, 좁고 가파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국적인 전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길이 험한 편이니 운동화는 필수이며, 특히 해 질 무렵 협곡 위에서 마주하는 붉게 물든 하늘은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파이 최고의 순간"으로 꼽힙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파이 온천은 ‘따 파이 온천’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파이 강 인근 숲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천연 온천수가 나오는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를 유지한 채 조용히 몸을 담글 수 있어, 특히 아침이나 저녁 무렵 찾으면 사람도 적고 더욱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물 온도는 다양한 층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온도를 찾아 옮겨 다니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세 번째 명소는 파이 시내에서 가까운 언덕 위에 자리한 왓 프라탓 메옌 사원입니다. 이 사원은 ‘화이트 부처’라 불리는 커다란 흰색 불상이 언덕 꼭대기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유명합니다. 계단을 오르면 파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이 펼쳐지며,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에 방문하면 마치 안갯속 풍경화 같은 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조용한 사색과 감상이 가능한 파이의 영혼 같은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경험 : 이곳에서만 가능한 세 가지 감성 체험
첫째는 파이 요가 리트릿 체험입니다. 파이에는 요가 스튜디오와 리트릿 센터가 곳곳에 있습니다. 특히 산속이나 계곡 근처의 조용한 공간에 자리 잡은 센터에서는, 아침의 산 공기 속에서 태양을 마주한 요가 수업이 열리곤 하죠. 몸을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명상과 호흡, 식이요법까지 포함한 리트릿 프로그램은 진정한 내면의 여행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이상 머무르며 자신만의 템포를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경험은 파이 나이트마켓 산책입니다. 해가 지면 파이 시내 중심 도로는 차량이 통제되며, 거리에는 온갖 음식과 수공예품, 라이브 음악이 넘쳐납니다. 태국식 로띠나 국수는 물론, 이탈리안 피자부터 인도 커리까지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거리 곳곳에서 기타나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여행자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또한 이곳만의 정취입니다. 기념품 가게에서 마주치는 직접 만든 수공예 목걸이나 향초 등은 파이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내기에 좋은 선물입니다. 마지막은 파이 리버 튜빙(Pai River Tubing) 체험입니다. 이는 커다란 튜브를 타고 파이 강을 천천히 따라 내려가는 활동으로, 격렬하거나 액티비티 중심의 익스트림 스포츠는 아닙니다. 오히려 물 위에 둥둥 떠서 흐르는 강물 소리와 주변 숲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간단한 음료를 들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 강 위에서 누워 있는 순간은, 도시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멍 때림의 미학’을 깨닫게 해 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