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목적지가 아닌, ‘느낌’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도시들이 있습니다. 청두는 바로 그런 도시입니다. 거대한 광장이나 화려한 쇼핑몰보다, 좁은 골목 안 작은 찻집과 느긋하게 흐르는 공기가 더 인상 깊은 곳이죠. 어딜 가든 마주치는 마파두부의 매콤한 향기, 대나무 의자에 앉아 바둑 두는 어르신들, 길 위에 가만히 앉아 햇살을 즐기는 고양이들까지. 청두는 그 무엇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행자에게도 속도를 늦추고 이 도시의 리듬에 맞춰보라고 조용히 권유하는 듯합니다. 그래서일까? 돌아올 때쯤이면, '청두에 살고 싶다'는 말이 문득 마음속에서 피어납니다.
소개 : 쓰촨 성의 심장, 청두의 매력
청두는 중국 서남부 쓰촨 성(四川省)의 성도로,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내륙 중심 도시입니다. 정확히는 중국의 중서부, 쓰촨 분지에 위치해 있으며, 춘추전국시대 촉나라의 수도였을 정도로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평야와 산지가 어우러져 풍요로운 농업 기반을 갖고 있으며, 그 덕분에 예로부터 ‘천부지국(天府之国, 하늘이 내린 땅)’이라 불릴 만큼 자원이 풍부한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 청두는 인구 약 2,000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한 도시이지만, 독특하게도 그 규모에 비해 굉장히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중국의 다른 대도시가 빠르게 변화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반면, 청두는 여전히 삶을 즐기는 데 집중하는 도시입니다. 낮에는 찻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이면 공원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여유는 여행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며, 청두를 ‘살고 싶은 도시’로 느끼게 만듭니다. 또한 청두는 실크로드 남부 루트의 출발점 중 하나로, 오랜 무역과 교류의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음식 문화와 다채로운 민족, 풍부한 예술유산으로 이어지며 도시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교통 인프라도 잘 갖추어져 있어 청두 솽류국제공항(CDU)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고속철도망과 지하철도 매우 편리하게 연결되어 있어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거점입니다.
명소 : 꼭 가봐야 할 세 곳
청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첫 번째 명소는 바로 ‘청두 판다 연구기지(成都大熊猫繁育研究基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 중 하나인 자이언트 판다를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는 이곳은, 단순한 동물원이 아닌 보존과 연구를 위한 전문 기관입니다. 아침 일찍 방문하면 아기 판다가 노는 모습이나 대나무를 우적우적 씹는 성체 판다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요. 판다들의 느긋한 움직임은 청두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미소 짓게 합니다. 두 번째 명소는 ‘진리(锦里) 고대거리’입니다. 이곳은 삼국지의 영웅 제갈량을 모신 무후사(武侯祠)와 함께 연결되어 있으며, 청두의 전통 건축과 문화가 고스란히 재현된 테마 거리입니다. 거리 곳곳에서는 사천식 전통 간식과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붉은 등불 아래로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열립니다. 이곳에서는 청두의 맛과 멋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방문 코스입니다. 밤이 되면 등불이 켜져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이 펼쳐지며, 특히 사진 찍기에도 좋은 장소로 손꼽힙니다. 세 번째 명소는 다두공원(人民公园)입니다. 그냥 도심 공원이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이곳은 청두 사람들의 일상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전통 차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찻집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나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주변에서는 귀청소를 받거나 바둑을 두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현지인들의 삶에 스며드는 장소이기에, 진짜 청두를 경험하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입니다.
특별한 경험 : 이 곳에서만 가능한 세 가지 체험
청두에서의 첫 번째 특별한 경험은 ‘사천요리 쿠킹 클래스’입니다. 사천 음식은 혀를 얼얼하게 만드는 ‘마라(麻辣)’ 맛으로 유명한데요, 이 매운맛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복잡하고 깊은 풍미를 갖고 있습니다. 청두 시내 곳곳에는 외국인을 위한 쿠킹 클래스가 운영되며, 마파두부, 궁보계정, 탄탄면과 같은 대표 메뉴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강사들은 대부분 영어가 가능한 젊은 셰프들이며, 요리 후에는 직접 만든 음식을 즐기며 참가자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두 번째는 ‘쓰촨 변검(变脸) 공연 관람’입니다. 변검은 쓰촨 전통 극인 천극(川剧)에서 선보이는 특별한 기술로, 배우가 무대 위에서 얼굴의 가면을 눈 깜짝할 사이에 바꾸는 묘기를 말합니다. 청두에는 이 공연을 볼 수 있는 전문 극장이 여러 곳 있으며, 특히 ‘솽류 타이극장’이나 ‘진장 극장’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명소입니다. 변검은 단순한 마술이 아닌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기술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 신비로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마지막 경험은 ‘찻집에서 하루 보내기’입니다. 청두의 찻집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티의 중심입니다. 인민공원이나 하화시, 문화공원 부근의 찻집에서는 오후 내내 차 한 잔으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때로는 찻집 주인이 삶의 이야기까지 들려줍니다. 중국식 전통 다기를 이용해 차를 우리며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이 체험은, 여행이라는 행위의 속도를 한층 낮추고 청두라는 도시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