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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낭만이 머무는 곳, 나플리오

by WOO's daily 2025. 5. 19.

아크로나플리오

그리스 본토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나플리오(Nafplio)는 번화한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르골리다만을 따라 조용히 자리 잡은 이 도시는 고대 그리스와 중세, 베네치아 양식이 공존하는 이국적인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해 질 무렵, 붉은 기와지붕 위로 스며드는 황금빛 햇살, 그리고 아르골리다만을 천천히 가로지르는 요트의 실루엣은 시간이 멈춘 듯한 감성을 자아냅니다. 아테네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어 당일치기 혹은 주말 여행으로도 인기 높은 나플리오는, 조용하지만 감동적인 여정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되어줍니다.

소개: 그리스 본토에서 만나는 가장 낭만적인 도시, 나플리오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동부의 아르골리다 지역에 자리한 나플리오는 고대부터 군사 및 해상 요충지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근대 그리스의 첫 번째 수도였다는 상징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 베네치아 지배 시절에는 ‘나폴레 디 로마니아’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오스만, 프랑스, 그리고 그리스의 다양한 문명이 공존한 도시이기에 이질적인 역사와 문화의 층위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도심은 전형적인 지중해식 구조를 따르고 있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붉은 지붕, 이탈리아풍 석조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풍경만으로도 걷는 내내 감탄을 자아냅니다. 구시가지 중심에는 유럽식 광장과 르네상스풍 건물, 분수가 어우러져 있고, 그 위로는 팔라미디 요새가 우뚝 솟아 나플리오의 전경을 장엄하게 감쌉니다. 이 도시는 도시보다는 하나의 풍경화, 혹은 오랜 이야기 속 장면처럼 다가오며, 그리스의 전통적인 정취와 이탈리아의 세련미가 이상적으로 공존하고 있습니다. 도시 규모는 크지 않기에 도보 여행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주요 명소들을 하루 만에 모두 둘러볼 수 있어 일정이 짧은 여행자에게도 이상적입니다. 무엇보다도 도시 전체가 가지는 낭만적인 분위기는, 여행을 ‘머무름’으로 바꿔주는 마법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명소: 고대와 근대의 유산이 조화를 이루는 장소들

첫 번째로, 팔라미디 요새(Palamidi Fortress)입니다. 18세기 베네치아 인들이 건설한 이 요새는 나플리오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총 999개의 계단을 통해 언덕 정상까지 오르면, 나플리오 시가지와 아르골리다만의 절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요새 내부에는 감옥, 성벽, 예배당 등이 남아 있어 그리스 독립전쟁의 역사를 몸소 체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부르지 섬 요새(Bourtzi Castle)입니다. 항구 바로 앞 작은 섬에 자리 잡은 이 요새는 15세기 베네치아 시대에 건설된 해상 방어 요새로, 중세의 원형을 가장 잘 간직한 유적지입니다. 보트로 접근할 수 있으며, 외벽과 탑은 여전히 견고한 위엄을 자랑합니다. 해질 무렵 섬 전체가 붉은빛으로 물들 때의 풍경은 그림엽서 속 장면그 자체입니다. 세 번째는 아크로나플리오(Acronafplia)입니다. 팔라미디보다 오래된 고대 성곽 유적으로, 고대 그리스부터 비잔틴, 오스만, 베네치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화가 흔적을 남긴 장소입니다. 산책하듯 오르다 보면 고대 성벽, 고풍스러운 탑, 폐허 속 돌계단들이 이어지며, 도시와 바다의 풍경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숨은 전망 포인트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험: 여행의 감성을 자극하는 순간들

먼저, 아르반이티아 해변 산책로(Arvanitia Promenade)입니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이 산책로는 바닷가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평탄한 길로, 에메랄드빛 아르골리다만과 깎아지른 절벽, 오렌지빛 석양이 어우러지는 명품 산책로입니다. 산책로 끝에는 조용한 자갈 해변이 펼쳐져 있어 수영이나 일광욕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다음으로는, 펠로폰네소스 민속박물관(Folklore Foundation)입니다. 작지만 알찬 이 박물관은 펠로폰네소스 지역의 전통 의상, 가정용품, 공예품 등을 정성스럽게 전시하고 있어, 현지 문화와 생활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입장료는 저렴하지만 전시 해설이 잘 정리되어 있어 문화적 밀도 높은 체험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은 나플리오 카페에서 즐기는 그릭 커피입니다. 시데스 광장이나 구시가지 골목 곳곳에는 노천 카페가 줄지어 있고, 대부분의 카페는 지역 주민들로 가득 찹니다. 이곳에서 프레도 에스프레소, 프라푸치노, 전통 그릭 커피를 마시며 도시의 느린 리듬을 음미하는 시간은 나플리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 여행의 완성입니다.

결론: 낭만을 기억에 남기고 싶다면, 나플리오

나플리오는 조용하고 세련된 매력, 그리고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도시의 깊이가 있습니다. 붉은 지붕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돌계단 위로 들려오는 바다의 바람, 무심한 골목에도 스며 있는 유럽의 기운은 나플리오만의 독보적인 감성을 완성합니다. 그리스 여행에서 단 하나의 도시에 정취를 기대한다면, 그 도시는 분명 나플리오일 것입니다.